왜 세포를 공부해야하나?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생물학과의 접목은 이제 더 이상 선택 옵션이 아니다. 굳이 약물이나 의료장비의 개발과 같이 직접적으로 생명과학과 연관되어 있지 않더라도 현대의 과학기술은 생명과학적인 방법론이나 응용과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을 만큼 긴밀하게 얽혀있다. 이는 과학과 공학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간인 우리 자신을 이해하고 우리 삶의 질을 높이는 것임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전자나 정보공학에서는 일찌감치 바이오와 연관된 바이오전자, 바이오정보 분야가 발전하였고, 소재, 기계공학 분야에서도 바이오와 융합된 영역의 확장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최근에 각광을 받고 있는 나노분야도 의료와 생물학 분야에서의 발전 가능성이 가장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바이오공학(bioengineering)은 이러한 생명과학과 공학이 융합된 분야로 구체적으로는 생명과학의 기본 개념을 공학적으로 응용하거나 혹은 다양한 공학적 원리를 생명을 이해하는데 적용하는 공학을 일컫는다. 도마뱀붙이(gekko)의 빨판을 연구하여 스파이더맨과 같이 벽을 타고 올라가는 기계를 개발하거나 연꽃잎의 구조를 모사하여 물방울이 맺히지 않는 표면을 개발하는 것은 대표적인 예를 보여준다.

의생명과학과의 연계는 과학과 공학 전 분야에 걸친 패러다임 변화의 핵심 축을 이루고 있다. 의생명과학과의 융합을 위해서는 현대 생물학에 대한 통찰력과 이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대부분의 과학과 공학 분야는 수학과 물리학을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생명과학 이외 전공을 고려하는 중고등학생이나 생명과학 이외 전공의 대학생에게는 현대 생물학에 대한 통찰력을 기를 정도로 생명과학을 접할 기회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비전공자가 현대 생물학의 핵심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여야 할까? 학문에 왕도는 없겠지만 적어도 현대 생물학의 근간이 되는 분자세포생물학을 통하지 않고는 현대 생명과학의 핵심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분자세포생물학이란 생명 현상을 분자와 세포 수준에서 밝히고 이해하는 것으로 현대 생명과학 및 생명공학의 핵심 원리를 제공한다. 이 책은 바로 현대 생물학의 핵심으로 통하는 분자세포생물학의 기본 원리와 기초적인 실험 방법을 비전공자가 읽고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제공하는데 있다. 쉽지만 기본을 벗어나지 않는 균형 잡힌 입문서를 쓰고자 노력하였다.

이 책은 총 12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내용상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앞의 4장은 서론에 해당하며 세포생물학을 이해하기 위한 기본 지식을 제공한다. 중간의 5장은 세포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구조와 여러 세포들이 모여 조직을 형성하는데 필요한 세포외간질과 세포간의 결합에 대해 다루고 있다. 마지막 3장은 주요한 세포 기능의 조절에 대해 소개하였다.